작년 10월 29일부터 133일 동안 전국에서 19차례 열린 촛불집회는 현직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리고 올해 5월 10일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이게 나라냐?’는 촛불의 물음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양되어 있다.

무엇이 ‘나라다운 나라’인가? 언급할 자격도 없던 사람들이 주창했던 국격(國格)이 선 나라인가? 사람마다 생각하는 ‘나라다운 나라’의 의미가 다를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보람차게 일하고, 사람답게 사는 나라’ - 실직의 두려움이 없고, 좋은 일자리에서 안정된 수입을 얻고, 평생 기본적인 의식주와 건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는 그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매우 소박한 바람이지만 그 실현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모든 국민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과제이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삶의 실현에 관심을 갖고 매진하고 있는 우리 연구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번 호에는 4편의 특집논문을 포함하여 8편의 논문과 2편의 서평 그리고 1편의 참관기 등 총 11편의 글을 싣는다. 4편의 특집논문은 산업재해와 관련된 법적 쟁점을 다룬 판례평석과 일반논문이다.

먼저 특집논문을 보면,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조재호)은 업무상 질병 관련 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와 인과관계의 증명 곤란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입법론을 제시한다.

“일반근로자의 출퇴근재해에 대한 산재보상 - 헌재 2016.9.29.2014헌바254 결정 -”(김복기)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수급권 보장의 불평 등 구조를 드러내는 대표적 예인 출퇴근재해(통근재해) 관련 법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결정의 의의를 밝히고 향후 입법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산재보험료 징수에 있어 사업 또는 사업장의 구분”(양승광)은 법원판결에 대한 평석으로 산재보험료 징수에 있어 사업 또는 사업장의 구분 기준에 관한 법원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타당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집논문의 마지막인 “비임금근로자의 법적 지위 – 배달대행기사의 사례를 중심으로”(박제성)는 배달대행기사가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인지에 대해 좀 더 넓은 법적 시각으로 접근한다. 오늘날 종속적 임금근로자는 자율적 임금근로자로 변모하고, 자유로운 자영업자는 종속적 자영업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아 종속과 자율, 임금과 비임금이 교차하는 자리에 비임금근로자가 위치함을 논증한다. 그 사례로 배달대행기사의 산재보험 적용 사건을 들어 논의를 구체적으로 접근해 간다.

일반논문으로는 먼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법원의 적극적 조치”(구본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적극적 조치에 대한 법원의 판결례를 분석하고, 적극적 조치의 법적 성격과 특수성을 분석하여 현행 제도 및 그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한 비판적 검토”(송진성)는 2015.11.21.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애초에 제시된 법률안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시행과 관련하여 시행령 등 하위법령 및 향후 개정법률안에 반영되어야 할 개선내용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후견제도의 현황 및 향후 개선 과제 – 저소득 치매노인(시설거주 및 재가독거)을 중심으로 -”(송영신)는 저소득 치매노인에 대한 인권보호 측면에서의 실태를 파악한 후 우리나라 공공후견제도의 현황을 분석하여 향후 저소득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적·정책적 개선과제를 제안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입법방안에 대한 소고”(배진수)는 맞춤형 개별급여로의 개편 이후에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수급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둘러싼 쟁점들을 검토해보고 앞으로의 입법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호의 서평은 두 편이다. 먼저 첫 번째 서평은, 김도훈의 “Basic Income: A radical proposal for a free society and a sane economy”(Philippe Van Parijs & Yannick Vanderborght, 2017)에 관한 글이다. 벨기에의 가장 대표적인 기본소득론자들의 2017년 최신작인 이 책은 먼저 기본소득과 그 유사 제도와의 비교, 기본소득의 역사를 소개하고, 이어서 기본소득의 윤리적 정당성, 경제적 지속가능성, 정치적 달성가능성, 세계화 시대에서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두 번째 서평은, 김인희의 “World Employment and Social Outlook 2016 - Transforming jobs to end poverty(ILO, 2016)”에 대한 서평이다. 책은 ILO가 2016년 발간한 ‘고용과 사회 전망 보고서’로, 양질의 일자리가 빈곤을 이기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빈곤 현황을 제시하고, 빈곤층의 고용 형태, 직업의 특성 등을 분석, 빈곤의 원인을 노동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 나아가 빈곤층 일자리의 특징을 토대로, 빈곤 극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충과 근로조건 개선 방안들을 제안한다.

마지막 글로 황신정의 “새 정부의 노동·사회보장 정책 개선 과제 - 노동·사회보장법 4개 학회 공동학술대회 참관기 - ”가 있다. 본 참관기는 지난 2017년 5월 개최된 4개 학회 공동학술대회를 정리한 글이다.

5월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노동 및 사회보장 분야 정책 과제를 언급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 학회의 발제 및 논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번에도 연구와 발표와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회원들 덕분으로 제 때 연구지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출판사 직원들과 독자들은 우리 연구지가 조금씩 나아지도록 해주는 가장 큰 응원군이다. 늘 고맙고 또 두려운 마음이다.

2017년 6월
｢사회보장법연구｣ 편집위원회